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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부동산/건설 실무

2편. 시공 후에도 소음을 확인한다 –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

by ConcreteOS 202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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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는 층간소음의 개념과 종류, 그리고 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구조적 원리를 설명했다. 충격음은 경량과 중량으로 나뉘고, 그 주파수 특성과 전달 방식에 따라 느껴지는 강도와 불쾌감도 달라진다. 문제는 이런 층간소음이 단순히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시공 방식, 심지어 사후관리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건축공학] - 1편. 층간소음,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 구조와 기준의 이해

1. 성적서만 보고 믿을 수 있을까?

과거에는 바닥충격음을 평가할 때 대부분 ‘시험실 테스트’에 의존했다. 건설사는 슬래브, 완충재, 마감재 등을 시험실 환경에서 시공하고 충격음을 측정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인정서’를 발급받았다. 이 구조를 그대로 현장에 적용하면 성능이 확보된다고 전제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시험실과 다르다. 시공 편차, 자재 품질 저하, 시공 조건의 차이로 인해 완충재의 동탄성계수가 낮거나, 마감모르타르 두께가 달라지거나, 단열층에 틈이 생기는 일이 흔하다. 감사원은 2019년 보고서를 통해 “시험실보다 마감재를 두껍게 만들어 유리한 성적서를 확보하거나, 성적서에 기재된 것과 다른 바닥구조를 사용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사전인정제도는 실제 성능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자료출처 :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통계자료 (전화상담서비스), https://floor.noiseinfo.or.kr/floornoise/home/statistics/all.do 감사원, 감사보고서-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2019

2. ‘사후확인제도’의 등장

2022년,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를 도입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실제 시공된 세대에서 바닥충격음을 직접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완 시공 또는 손해배상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측정 대상은 전체 세대 중 일정 비율을 무작위로 선정한다. 각 동과 층을 대표하는 구조로 선별되며, 중량충격음과 경량충격음 모두 측정 대상이다. 중량충격음은 기존의 ‘뱅머신’에서 ‘임팩트볼(2.5kg 고무공)’로 측정 방식이 변경되었고, 기준은 50dB 이하를 유지한다. 변경된 방식은 측정값이 다소 낮게 나올 수 있지만, 평균값 기준 만족 조건이 추가되어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엄격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만약 기준을 초과할 경우 어떻게 될까?

중량충격음 초과 시: 보완시공 권고와 함께 세대당 약 1,300만 원 수준의 손해배상

경량충격음 초과 시: 약 270만 원 수준

양쪽 모두 초과할 경우: 항목별 금액을 합산해 배상

 

배상금은 분양가, 초과 정도, 시공비 등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실질적인 ‘비용 압박’이다.

 

3. 현장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사후확인제도의 도입은 건설사 입장에서도 큰 전환점이다. 이제는 시험실 성적서 하나로 모든 것을 보장받을 수 없다. 실제 성능이 불만족될 경우, 직접 책임을 져야 하며 입주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시공사들은 보다 보수적인 설계를 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응 사례가 이중 모르타르 구조다. 기존에는 경량기포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슬래브와 마감층 사이에 단열과 수평조정을 동시에 해결했지만, 중량충격음 성능 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일부 현장에서는 기포콘크리트를 생략하고, 무거운 모르타르를 두 번 타설해 하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구조를 변경하고 있다. 이중 모르타르 구조는 중량이 약 1.5배 증가하고, 이론적으로 약 3.5dB의 충격음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슬래브 두께 자체를 기존 210mm에서 250mm까지 확대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바닥 전체 하중을 높여 성능을 안정화하려는 시도이며, 장기적으로는 법령 개정과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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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입주자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입주자도 단순한 수용자에 머물지 않는다.

사후확인제 하에서는 입주 예정자가 바닥충격음 측정에 입회할 수 있으며, 측정 결과는 입주 7일 전까지 공개된다. 실내공기질 측정 입회 제도와 유사한 구조이며, 결과는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게시판과 시공사 홈페이지에도 게시된다.

 

즉, 실제 내가 살게 될 공간의 ‘소음 성능’을 입주 전에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의미 있는 변화다.

 

5. 마무리하며

층간소음은 더 이상 감정적 갈등이나 민원으로만 다뤄질 수 없다. 구조, 시공, 제도가 함께 정렬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개선은 어렵다. 사후확인제도는 그중 ‘제도’의 영역에서 가장 진일보한 변화다.

물론 이 제도도 완벽하지는 않다. 시공기간 연장, 시공비 증가, 실측 결과의 편차 등 다양한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던 것을 수치로 확인하고,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원칙 자체는 공동주택의 품질 문화를 바꾸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제도가 시공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으며, 구조 변경이 실제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다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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